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주요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과의 토론회에서 진보좌파 진영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사실상 '이념투쟁'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해군기지와 (한미) FTA", "한미 FTA에 유독 반대가 큰 것은 혹시 이데올로기, 반미(反美)와 관련된 게 아닌가" 등 강한 수위의 발언을 쏟아냈다.

한미 FTA 및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서는 민주통합당ㆍ통합진보당 등 진보좌파 성향의 야권과 북한의 입장이 결론적으로 보면 사실상 일치한다는 점을 은연중 부각시킨 셈이다.

◇이념투쟁 규정 배경 = 최근 취임 4주년 회견과 중앙부처 간부 간담회 등을 통해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입장을 '말바꾸기'나 '정치지향적 태도'라고 비판한 적은 있지만 이날처럼 북한이나 '반미'를 직접 거론한 적은 없었다.

일각에선 진보좌파 성향의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함으로써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다소 과도한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념 문제를 거론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 측은 그러나 이데올로기 관련 발언은 정책적 문제를 정치공학적이고 이념적으로 계산하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에 따른 것일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정치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 분인데 선거를 의식한 발언을 하겠느냐"면서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을 흔들림없이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발언일뿐 총선ㆍ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한다는 신념은 굳건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를 '경제 플러스 안보' 문제로 정의하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 시위도 다시 언급하면서 "잘못된 선동은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포퓰리즘 법안 저지" 재확인 = 이 대통령은 그동안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법안'으로 규정한 각종 정책과 법안들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졌음을 강조하면서 "미래세대를 위해" 포퓰리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의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의를 통해 다시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사전에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복지와 국방 분야 등에서 좌우파간 벌어지는 각종 대립을 거론, "좌우파간 논쟁은 이제 맞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중국도 사실상 사회주의를 포기한 만큼 "좌파, 우파로 나뉘어 논쟁하는 것은 매우 소모적"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논리다.

이 대통령은 좌우파간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강자와 약자간 '공생 발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남은 임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남북관계 재정립" 역설 =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과거엔 북이 요구하면 끌려가는 '을'의 관계였지만 지난 4년간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통해 갑을 관계를 바꿈으로써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성과를 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거듭된 '개성공단 폐업 협박'에 시달리다 공단 철수 비용을 조사했더니 북한이 협박을 그쳤다는 일화와, 북한의 노임 2배 인상 요구를 거절했더니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중단했다는 예화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관례적 만남을 하지 않는 게 남북 관계가 진전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 및 거래를 통해 남한을 고립시킨다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이론'도 거듭 일축했다.

한미 양국간 대북 정책을 일일이 조율하고 협조한다고 설명하면서 통미봉남설을 '낡은 프레임'으로 규정했다.

또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은 우리 군의 강력한 응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낮아졌다고 분석했고, 북한의 변화는 외부의 개입보다는 주민의 힘에 의해 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어도는 우리 영토" = 이 대통령은 이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토 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이어도 문제를 "영토 분쟁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규정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중 관계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도가 중국 영토에 비해 우리 영토에 많이 가깝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겹치는 구간을 조정하면 자연스럽게 한국 관할에 들어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역시 중국과의 외교 현안인 탈북자 북송 문제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탈당 안 한다" 첫 직접 언급 = 이 대통령은 이날 탈당 가능성을 단호하게 일축했다. 공개석상에서 새누리당 탈당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누리당 최대 주주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미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쐐기를 박았다는 점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대통령들은 총재ㆍ명예총재 이렇게 돼있지만 나는 평당원"이라며 "당과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매우 시대에 맞게 돼있다고 생각한다. 당과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시대에 맞게 돼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으로서 당 총재까지 하면서 (당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런 점에서 탈당 문제를 과거에 이랬으니까 이렇게 하고, 저랬으니까 저렇게 하고 하는 식으로 대입하는 것은 안 맞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탈당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그 핵심 이유로 '책임정치'를 들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당적을 갖고 있으면 공정한 선거를 할 수 없다, 또 탈당했다고 공정한 선거를 할 것이다' 라고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은 책임정치를 해야 하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 속에는 향후 각종 입법 등 정책현안을 둘러싸고 원활한 당청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배어있다고 청와대 측은 해석했다 (연합뉴스)